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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by 달빛깔 2024. 2. 28.

아파트는 살기 편하다. 딱 거기 까지다. 편한 만큼 비싸야지 정상이다. 돈 적게 내고 편하려면 다른데 찾아가 보시라.

철수는 시골 출신이다. 맨날 요즘말로 하면 단독주택에 살았다. 마당에 잔디는 없지만  100여 평 정도로 넓고 그 앞쪽에 텃밭도 있었서 봄이면 넘새풀을 뜯어서 밥에다 비벼 맛나게 먹곤 했다.

 

어릴 적 철수

이런 환경에서 중학교까지 공부는 적당히 하면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며 어울려 다녔다. 또래아이들에 비해 키가 크고 활달해서 친구가 많았다. 한마디로 자유가 뭔지도 모르면서 자유롭게 거리낌 없이 놀았다. 

어느덧 고등학교에 진할 때가 되자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이 도시로 간다는 것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그냥 철수도 도시로 가기로 했다. 이미 형, 누나들이 도시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어서 숙식 걱정도 없었다. 그냥 자기 집처럼 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여자 친구는 공부는 철수와 비슷하게 했는데 집이 가난하여 그냥 그 지역 고등학교에 갈 거라고 했다. 그 친구는 내심 도시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부모한테 한번 말해보긴 했단다. 그리고 한 달 후 철수에게 자기도 도시로 간다고 말했다, 철수는 그냥  듣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를 한다는 듯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근데 그 친구는 좀 들떠서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냥 시골에 주저앉았다. 부모님이 유학 보내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고등학생시절 철수

도시에 와보니 시골생활과 사뭇 달랐다. 제일 다른 점은 건물이 높다는 점이었다.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집채 아니 아파트채만 한 아파트였다. 철수반에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알아차린 철수는 그 친구와 잘 사귀어 보기로 했다. 마침 같은 버스로 통학도 했다. 어느 늦은 봄 철수는 친구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10분 만에 내려 약간 둔덕진 길을 걸어 올라가다 왼쪽으로 틀었다. 그 옆에 슈퍼마켓이 있어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친구에게 하나 주고 철수는 팥빙수 아이스크림을 빨며 아파트에 들어섰다. 처음 가보는 아파트라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마음을 아이스크림 단맛에 빼앗기며 생각 없이 따라갔다. 집엔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공무원이란다. 엄마는 지역 보건소간호원으로 근무한다더니 여기저기 약봉지가 많이 있었다. 제일 궁금한 게 화장실은 집안에 있는지 복도 공동화장실을 쓰는지였다. 그런데 집안에 떠억 하니 버티고 있었다. 좌변기라는 것도 신기했다. 의자처럼 앉아서 일을 보고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럼 뒤처리 화장지는? 물어보니 그냥 같이 버리면 된단다, 햐 신기하다 생각했다. 집안에 냄새는 좀 나다 만단다. 환풍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공동 공간인 거실에는 TV와 전화기, 시계, 사진이 걸려있었다. 거실도 있는 집은 첨 본다. 이런 걸 보고 문화적 충격이라고 하는가 보다. 한술 더 떠 문턱이 없었다. 신기하다. 문턱도 없이 문이 열리고 그냥 지나가면 된다. 시골에서는 문턱에 걸려 넘어지곤 했는데 다행이다. 한번은 밥상들고 오다 발이 문턱에 걸려 밥상을 엎어 아버지께 죽어라 혼난 적이 있었다. 문이 높아서 문에 머리를 찧지도 않았다. 키가 큰 철수에겐 그저 천만다행이다. 신기하게도 음식도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 

문화충격 먹은 철수

 아파트는 참 편하게 돼있었다. 마당이 없어 겨울에 눈 쓸 일도 없지 않은가. 그럼 나락은 어디다 널지. 아 참 도시는 농사를 짓지 않고 직장에 다니지 라는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 고향 생각이 났다. 이번 주말에 다녀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아파트는 천장에 쥐도 없을 것 같았다. 흙이 있어야 쥐도 살기도 하고 뭘 파먹기도 할 것인데 온통 콘크리트라.... 근처 어디에 살던 쥐가  밤에 천장에서 달밤에 체조하듯 내달리는 고향집 작은방이 생각났다. 낮에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다가 밤만 되면 운동장 삼아 운동회를 개최하는 천장 쥐들 때문에 잠들기 힘들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친구에게 너희 집은 쥐 없냐라고 물었더니 친구는 피식 웃으며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는지 없다고 했다. 여기는 콘크리트로 지어져서 쥐구멍이 없을 것 같았다. 밤에 잠 잘 자겠구나 생각하며 아파트가 편하긴 편하겠다 생각했다

대부분 주민들은 공무원이란다. 이곳이 공무원 아파트라고 쓰인 걸 본 것 같았다.  친구 말이 한 가지 단점은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면 시끄럽다고 했다. 이해가 안 되었다. 집에서 뛰어다닌다고 아랫집이 시끄럽다고?  상상도 못 해본 이야기다. 집이 딱 붙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울려서 시끄러운 모양이다. 그래도 좀 이해가 안 간다. 살금살금 걸어야겠다. 대문이 현관이라 누굴 불러 놀자고 할 일도 없었다. 초인종이라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신기하게 라디오처럼 방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단다. 신기하다. 담이 없어 도둑놈도 올 수 없겠다고 하니 그렇단다. 문만 꼭 잠그면 된단다. 완전 철통방어다. 삼팔선, 아니 휴전선 같은 것이다.

 

철수 생각

철수는 궁금했던 아파트를 뒤로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사람이 한꺼번에 모여 같은 땅에 위아래로 층층이 산다는 것이 생소한 것이다. 그럼 땅주인은 누구일까? 철수 시골집주인은 철수 아버지다. 그럼 아파트를 이사 갈 때 땅에 대한 소유권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시골집은 땅에 붙어 있는 건물임자가 땅임자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아파트는 1층에 사는 사람 소유일 것이라 생각했다. 돈 많은 사람이 자기 땅 위에 아파트를 짓고 땅에 붙어 있는 1층은 시골처럼 자기가 당연히 살고 그위층들도 자기 건물에 붙어 있으니까 그 위에 붙어있는 건 다 그 사람 것이라 생각했다. 갑자기 1층사람은 굉장히 부자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번 보고 싶었다 1층내부를 보면 어마 어마 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다음번에 친구집 가볼 때는 1층을 기웃거려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도시는 참 신기하다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